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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마케팅

홈플러스 매각, 오프라인 유통 구조조정의 신호탄

by M-3Diary 2025.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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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매각, 오프라인 유통 구조조정의 신호탄 (사진 출처: newneek)

📍 홈플러스, MBK 품에서 벗어나나

홈플러스가 다시 매물로 나왔다. 2015년 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매각한 이후 9년 만이다. 인수가격은 약 7조 원이었지만, 현재 시장에선 4조 원 수준으로도 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홈플러스의 기업가치는 하락했고, 이는 실적 악화와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MBK는 내부적으로 점포 축소, 자산 유동화, 임대형 매장 전환 등 다양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했지만, 시장 환경 변화가 그 속도를 앞질렀다. 현재 MBK는 홈플러스를 매각하며 지분 가치 일부라도 회수하려는 전략이며, 인수 후보로는 대형 유통사보다 자산운용사나 부동산 투자자 중심의 사모펀드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의 순차입금은 약 2조 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향후 재무 리스크 회피도 매각 추진의 주요 배경이다. 테스코 시절 구축된 대형 점포 중심의 구조는 자산가치는 높을지 몰라도, 실제 수익성과 직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MBK 입장에서도 9년 보유에 따른 수익 실현 압력이 현실화된 셈이다.
 

📍2. 실적 악화와 유통 환경의 변화

홈플러스의 위기는 단순한 경영 미스가 아니라 유통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발생했다. 2015년 기준 9조 원을 넘던 연매출은 2023년 기준 5조 7천억 원까지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2,000억 원대에서 500억 원 수준까지 급감했다. 이 기간 동안 이커머스의 급성장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확산, 정부의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홈플러스의 점포 기반 매출 구조는 타격을 받았다. 특히 대형마트 3사 중 온라인 전환 속도가 가장 느렸고, PB상품 개발이나 모바일앱 투자도 이마트나 롯데마트에 비해 뒤처졌다.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홈플러스는 ‘특징 없는 브랜드’로 인식되며 충성도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홈플러스 온라인몰의 시장 점유율은 5% 미만에 불과하며, 오프라인 주력 전략과 병행하기엔 자본 여력이 부족했던 것도 한계였다. 이커머스 전환이 늦어진 배경엔, 기존 점포 기반 매출을 유지해야 하는 고정비 부담과 투자 대비 수익 회수 기간이 길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결국 기존 오프라인 구조를 유지한 채 온라인 확장 전략만 강조한 것은 효과를 내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적 반등 없이 9년이 지난 지금, 매각은 불가피한 수순이 된 것이다.

 

📍3. 점포 축소와 부동산 유동화 전략

MBK는 홈플러스 인수 후 전국 140여 개 점포 중 약 20개를 폐점하거나 매각했고, 특히 수도권 일부 점포는 복합시설로 재개발되어 홈플러스 브랜드가 아닌 일반 오피스·상업시설로 전환됐다. 2020년대 중반부터는 ‘임대형 매장’ 형태로 점포 내 공간을 쪼개 임대 수익을 늘리는 구조를 도입했으며, 이는 기존 ‘단일 대형마트’ 모델의 한계를 인정한 선택이었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 점포는 더 이상 유통 중심 공간이 아닌 복합 부동산 자산으로 재정의되기 시작했고, 이는 최근 매각 협상에서도 ‘영업 가치’보다는 ‘부동산 가치’에 더 초점이 맞춰진 배경이 된다. 실제로 2021년에는 자체 리츠인 ‘코람코리테일홈플러스리츠’를 통해 51개 점포를 자산 유동화하여 약 1조 7천억 원을 조달한 바 있다. 당시 자산 유동화는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점포 매출 성장과는 무관한 재무 전략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또한 점포 임대화가 가속화되면서 브랜드 일관성이 약화되고, 소비자 경험의 통일성이 깨지는 문제도 발생했다. 장기적으로 홈플러스는 유통업체라기보다는 부동산 자산 관리 기업처럼 인식될 수 있는 위험에 직면한 셈이다.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운영되던 유통기업의 구조가 재정적 압력 속에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점포 유동화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성장 전략으로 보긴 어려운 측면이 크다.

 

📍4. 인수자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 이후는

현재 홈플러스 인수 후보로는 외국계 부동산 투자사나 국내 사모펀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유통 역량보다 자산 유동화와 리츠(REITs) 구조 운용에 능한 플레이어들이 많다는 점에서, 홈플러스는 매각 이후 대규모 점포 축소, 브랜드 철수, 운영 형태 변경 등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매각이 아니라 전국 각 지역 상권 구조와 고용 환경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홈플러스의 주요 점포들은 대부분 대도시 교통 요지에 위치해 있어, 인수자는 이를 복합개발 용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서울 중계점, 대전 탄방점 등은 폐점 이후 대형 오피스나 주거시설로 변경 검토가 이루어졌다. 유통업 기반 인수자가 아닌 이상, 홈플러스 브랜드의 전면 유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 평가다. 특히 기존 유통 네트워크를 흡수하려는 기업보다는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투자자가 들어올 경우, 기존 소비자 경험은 단절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입점 매장, 인근 소상공인 등 파급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매각 이후의 시나리오는 단순히 M&A가 아니라, 생활 인프라의 재구조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5. 우리가 마주할 유통의 미래

홈플러스의 위기는 단지 하나의 기업의 몰락이 아니라, 유통 산업 전반의 전환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매장’에 가기보다 ‘데이터 기반 맞춤 쇼핑’을 선호하고, 물리적 공간보다는 디지털 접점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흐름에서 홈플러스와 같은 전통 유통 기업은 고객과의 접점을 잃고, 투자자에게는 유동화 가능한 자산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워졌다. 과거 오프라인 유통의 핵심은 넓은 매장과 다양한 상품 구색이었지만, 지금은 알고리즘과 푸시알림이 매출을 만든다. 이런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홈플러스는 대응 속도도 늦었고 방향성도 불분명했다. 앞으로 유통 기업은 ‘고객이 누군지를 아는 기술’이 핵심 역량이며, 홈플러스 사례는 디지털 전환 실패가 가져올 수 있는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대형마트 구조가 앞으로도 생존하려면 온라인 쇼핑, 개인화된 콘텐츠, 오프라인 체험 결합 같은 하이브리드 전략이 필수다. 홈플러스는 그 변화에서 뒤처졌고,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유통의 미래는 점포가 아니라, 연결성과 분석력에서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