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마케팅

성실한 사람만 바보 되는 사회,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빚을 없앤다고?

by M-3Diary 2025. 7. 3.
반응형

1. ‘배드뱅크’ 정책, 그게 뭔데?

"뼈 빠지게 빚 갚은 사람은 뭐가 되는 거냐" 요즘 이 기사의 댓글에서 자주 보이는 문장이다. 처음엔 그냥 흔한 푸념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이번엔 다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배드뱅크’ 정책, 정확히는 장기 연체 채무자 대상의 채무 조정 프로그램이 그 배경에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7년 이상 연체 + 5000만 원 이하 채무를 지닌 자영업자·개인 채무자 약 113만 명을 대상으로 채무를 일정 부분 소각하거나, 조정해주는 정책을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배드뱅크(Bad Bank)’는 부실채권을 떠안고 정리해주는 기구인데, 이번엔 개인을 중심으로 그 기능을 확대한 것이다. 정책의 배경엔 팬데믹과 고금리로 인한 자영업자 몰락이 있었다. 은행 이자조차 내기 힘든 수준의 장기 연체자가 증가했고, 이들을 그대로 방치하면 금융권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있었다. 정부는 “이들에게 다시 경제활동을 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리고 “부실채권을 정리해서 금융 시스템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두 가지 명분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거다. 똑같은 조건 7년 이상 연체 + 5000만 원 이하에서, 지난 5년간 채무를 다 갚은 사람이 무려 361만 명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갚은 총 채무액만 1조 581억 원이다. 정부는 이 361만 명에 대해 어떤 보상도, 고려도 하지 않았다. “같은 조건인데, 난 다 갚았고, 누군가는 면제받는다.” 이 억울함은 지금 우리 사회가 ‘성실한 선택’과 ‘무책임한 결과’ 중 어느 쪽을 존중하느냐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2. 그런데 이 돈,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이 정책, 결국 돈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정부가 이 채무 정리를 하면서 ‘세금’을 직접 투입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배드뱅크 방식으로 정리할 부실채권은 총 16.4조 원 규모이다. 이 중에서 정부는 약 8,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나머지 4,000억 원은 민간 금융권이 부담하기로 했다. 즉, 정부(=국민 세금) 50%, 민간은행 50% 분담 구조인 것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정부는 최근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도 통과시켰는데, 규모가 무려 30.5조 원이다. 그중 약 20조 원 가까이가 소비 쿠폰, 민생 지원 등의 이름으로 쓰이고, 남은 10조 원은 세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재원으로 편성됐다. 간단히 말하면 지금 정부는 돈이 모자라는데도, 그 부족한 재정을 메꾸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쓰고, 그걸 다시 빚을 못 갚은 사람들 구제에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런 지출이 단기적으론 소비 회복, 금융 안정, 경제 재기로 이어질 거라 말하지만, 반대로 보면 성실하게 납세하고, 이미 빚을 다 갚은 사람들 입장에선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 "나는 세금도 내고, 빚도 갚았는데, 그 세금이 남의 빚 탕감에 쓰인다?" 이게 정말 괜찮은 방향인가? 또 한 가지. 이 정책이 통과되면 앞으로는 “어차피 나중에 나라가 도와주겠지”라는 시그널이 사회 전체에 퍼질 수도 있다. 그럼 과연 다음에도 누가 빚을 미리 갚고, 누가 열심히 납세하려고 할까? 

 

3. 빚을 탕감하면 경제가 진짜 살아날까?

정부는 채무 탕감이 신용 회복과 소비 활성화를 이끌어내 경제를 살리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연체자들이 채무 부담에서 벗어나면 소비 여력이 생기고, 이는 내수 진작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에 긍정적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장기 연체자의 상당수는 고령자나 한계 자영업자처럼 소득 복구가 어려운 계층일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채무 탕감만으로 이들의 소비 능력이 바로 회복될 수 있을까? 기존에도 비슷한 취지의 정책들이 있었지만, 신용 회복률이나 실질적인 소득 증대 효과는 미미했다는 평가가 많다. 더구나 금융권은 부실채권 증가로 인해 전반적인 신용 시스템의 신뢰가 흔들릴 위험도 안고 있다. 결국 경제 회복은 근본적으로 소득 안정과 재창업 지원, 금융 교육 같은 다층적 정책이 함께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일시적 효과에 그치고, 장기적으론 금융 시장의 불안만 키울 수 있다. 경제는신뢰와 동력의 회복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4. 국가는 실패를 어디까지 책임져야 할까?

코로나 팬데믹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처럼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위기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과 구제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무차별적이고 무조건적인 채무 탕감은 ‘도덕적 해이’를 키우며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빚을 갚아야 하는 당연한 책임을 희석시켜, 채무 불이행을 부추길 수 있다. 국민 모두가 공평하게 부담하고, 책임지는 사회를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과 선이 필요하다. 또한, 이미 빚을 다 갚은 성실 납부자에 대한 인센티브도 병행되어야 한다. 국가가 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범위는 반드시 신중하고 균형 있어야 하며,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 전체의 신뢰와 공정성을 지킬 수 있다.

 

5. 그렇다면 앞으로 정책은 어디로 가야할까?

이번 논란은 단순히 빚 탕감 찬반 문제가 아니다. 본질은 제도 설계의 문제다. 앞으로 금융과 복지 정책은 재난·위기 상황에서 채무자의 생존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성과 없는 포용’은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잃게 만든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단순한 탕감이 아니라 채무 원인을 구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생계형 채무자와 도박·투기 등 무책임한 채무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무책임한 채무에 대해서는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조건부 혜택 시스템을 도입해, 재교육과 복지 서비스와 연계하고 성실 납부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다층적 설계를 해야 한다. 정책은 감정과 동정심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구조를 갖춰야 한다. 결국 국민과의 신뢰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정하고 책임 있는 사회를 위해 정책은 더 정교하고 실효성 있게 설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