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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마케팅

플레이브부터 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가상 아이돌이 벌어들이는 돈은 얼마나 될까?

by M-3Diary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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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가 진짜 아이돌이고, 누가 가상일까

요즘 SNS나 커뮤니티에서 팬들이 가장 뜨겁게 덕질 중인 그룹 중 하나는 ‘Kpop Demon Hunters’이다. 한창 잘나가는 걸그룹이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악마를 때려잡는다는 설정부터 이미 범상치 않다. 이름부터 게임 같고, 분위기는 애니메이션 같지만 이 세계관에 진심인 팬들이 속출하고 있다. 트위터에는 캐릭터 생일을 챙기는 계정이 넘쳐나고, 각 멤버의 밈 짤, 팬아트, ‘최애 논쟁’까지 실제 아이돌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들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 캐릭터’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은 넷플릭스에서 정식 OST로 발매되었고, 트위터에서는 "이 노래 너무 중독적이야"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K팝 팬들이 이토록 빠져든 대상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지금 대중이 아이돌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단순한 캐릭터 열풍이 아닌, AI 가수 산업의 서막으로 읽혀야 한다. 가상의 아이돌이 실제 감정을 자극하고, 실제 음악을 만들고, 실제 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 음악 산업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길로 들어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2. 플레이브와 하니파이브, AI 가수가 시장에 침투하다

K팝 시장에서 AI 가수는 더 이상 실험적 장르가 아니다. 플레이브(PLAVE)는 전원이 가상 캐릭터로 구성된 보이그룹으로, 데뷔 이후 실제 음원차트에 진입하고 쇼케이스를 열며 수많은 팬을 확보했다. 하니파이브(H:five)는 하이브 산하에서 기획된 AI 걸그룹으로,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고퀄리티 퍼포먼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AI 아이돌은 목소리, 표정, 퍼포먼스 모두가 딥러닝과 모션캡처 등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구현되며, 팬과의 소통조차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들은 피로하지 않으며, 구설에 오르지 않고, 언어 장벽 없이 글로벌 팬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사 입장에서 최고의 ‘리스크 제로 자산’으로 평가된다. 실제 팬들은 이들을 가상 존재로 받아들이기보다, 하나의 ‘콘텐츠 기반 스타’로 소비하고 있으며, 이는 팬덤 구조와 굿즈 소비, 광고 계약 등 모든 면에서 현실 아이돌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안정적인 수익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3. AI가수, 음악 산업의 판을 바꿨다

실제로 이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상상 이상이다. 국제저작권협회(CISAC)의 보고에 따르면 AI가 만든 음악 시장은 2028년까지 약 1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음악 창작자 수익의 약 4분의 1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경고와도 같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수익 구조가 등장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플레이브는 실제로 수많은 굿즈를 판매하고 있으며, 라이브 쇼와 팬 콘텐츠로 팬들로부터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하니파이브는 아직 데뷔 초기지만, 기술력과 소속사의 브랜드만으로 이미 광고 계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AI 음악을 제작하거나 유통하는 플랫폼도 성장 중이다. Market.us는 AI 음악 산업이 2033년까지 약 38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팬들은 이제 ‘사람이 불러야 감동’이라는 전제를 버리고 있고, 기업은 그 틈을 정확히 파고들고 있다. 물론 AI 가수가 늘어남에 따라 창작자들의 수익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으나, 그만큼 음악 산업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4. 다 좋기만 할까? AI가수의 그림자

AI가수의 등장은 분명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지만, 그 뒤에는 불편한 질문도 따라붙는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건 저작권 문제이다. AI가 만든 음악이 기존 아티스트의 음색과 스타일을 모방하거나, 학습 데이터로 사용된 창작물의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본따 만든 AI보컬이 히트를 치고도, 실제 원작자는 아무런 수익도 얻지 못하는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다. 또 하나의 이슈는 사기성 스트리밍이다. Deezer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만든 음악 중 최대 70%가 ‘스트리밍 봇’을 활용해 조작된 재생 수를 올린 사례였다고 한다. 이는 공정한 음악 시장을 해치는 행위이며,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게다가 진짜 인간 아티스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기술은 분명히 진보했지만,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5. 우리는 지금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가

AI가수는 더 이상 상상의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광고 계약을 체결하며, 팬들의 덕질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흐름이 단순히 ‘새롭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AI 기술을 통해 예술의 경계를 넓히고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기술로 타인의 창작물을 흉내 내거나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며, 그 사용 방식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 내 이어폰에 흐르는 음악은 누가 만든 것인가? 그 창작물의 가치는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가? AI 시대의 음악은 단순히 멜로디와 퍼포먼스를 넘어, 그 이면에 있는 가치, 책임, 윤리까지 함께 소비해야 하는 시대이다. AI가수를 둘러싼 화려한 무대 이면에서, 우리는 이제 진짜로 어떤 음악을 지지할지 선택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